기록은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10km 마라톤을 완주했다.
몇 주 전에 연습한다고 좀 뛰었더니 예전에 인대를 다쳤던 오른발이 퉁퉁 부어올라 그나마 하던 게으른 연습도 안 하고 솔직히 대회도 포기하고 있었다.
대회 당일인 오늘은 비까지 내려서 뛸 수 있을 만큼만 적당히 뛰어야지 하고 마음까지 비우고 참석했는데, 신기하게도 여러 무리에 섞여 달리다 보니 어찌어찌 완주까지 하게 되었다.
대신 발과 무릎에 무리가 안 가도록 천천히 달렸다.
2.5km 반환점에서는 5km만 달리게 여기서 돌아갈까? 하는 유혹이 잠깐 있었는데 웬일인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 졌다. 마지막에 걷더라도 완주는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천히 2.5km 반환점을 인상 깊게 지나쳤고 다행히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수월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갈 길이 없으니 다음 반환점이 나올 때까지 선택지 없이 뛸 수밖에 없었는데 그 반환점이 10km였다.
분명 집 앞 공원에서 혼자 뛸 때는 3km도 힘들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숨도 덜 차고 달리는 것도 편안했다. 발목이 시큰거리긴 했지만 체력도 알맞게 남아 있었다. 정말 모두가 함께 달리면서 나누어지는 또는 생겨나는 어떤 힘이 있나 보다.
그리고 이건 좀 비밀인데, 태어나서 처음 완주해 낸 10km 결승점에서 나는 살짝 감격의 눈물이 날뻔했다. 요즘 나름 건조한 마음을 유지하고 자기 연민을 경계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무른 마음을 인정하기 싫지만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나 보다.
여성마라톤 대회는 올해 초 작은언니가 카카오톡 얼리버드 접수를 제안하며 알게 되었다. 언니가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당겼다. 머뭇거렸으면 전혀 몰랐을 이번 세계와 경험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더 큰 세계와 경험이 있으니 겁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손나팔을 만들어 응원의 함성을 지르고 팔을 둥글게 휘두르며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다.
오늘의 교훈은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자'
그래서 여러분도 함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