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아이가 방송반 일로 일찍 등교하느라 덩달아 일찍 일어나긴 했어도 오늘은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오전 9시 수영 수업을 가기 전에 잠깐 눈만 붙여야지 했는데 다시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잠깐 간신히 일어나서 아침기도를 하다가 결국 오늘 수영 수업은 하루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종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한테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수영 수업은 빠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이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미쳤다. 다만 그 순간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 있었을 뿐이지.
나는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가 잠이 들었다.
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찾아오지 않는 나를 서운해하시는 꿈을 꾸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오늘은 혼자 해외여행을 가는 꿈을 꾸었다. 남편이 불쑥 해외여행 표를 끊어 내밀었다.
처음 2박 3일은 휴양지였고 나머지 일주일은 독일이었다.
요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독일어판이 좋았다는 작가이 말이 이상한 영감을 주었나 보다.
무려 일주일이라는 긴 여행에 나는 아이의 식사나 기말고사는 어떡하려고 나를 혼자 여행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들었지만 가슴은 두근거렸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통하지 않는 언어로 어떻게든 버텨낼 생각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아파트 정기소독을 위해 들른 아주머니의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몸이 물을 가득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5월인데도 여름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 다가올 여름을 벌써 걱정하며 땀을 훔치는 요즘이었다.
몸은 무거운데 다소 강렬하게 배가 고팠다.
나는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냉동고 깊숙이 밀어 넣어두었던 천덕꾸러기 청국장 한 뭉치를 꺼냈다. 혼자 차려 먹을 점심이라 레시피를 따로 보지 않고 오로지 감으로만 청국장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최근 퇴직을 하고 혼자 먹는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며 나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아는 상식으로만 요리를 했다. 그런데 식구들 입맛에 맞추어 조심조심 정성을 들일수록 아린 맛이나 텁텁한 맛을 내던 음식과는 달리 후다닥 내 마음대로 만든 음식이 더 맛있어서 나는 좀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순서와 모양새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육수에 청국장 한 덩어리를 쓱 밀어 넣고 애호박, 표고버섯, 고추, 고춧가루 약간, 그리고 두부를 감대로 몰아넣고 순식간에 찌개를 끓여냈다.
그리고 싱크대 모서리를 붙잡고 몸을 앞으로 숙이다 문득 나는 오늘부로 더 잘살아보고 싶어졌다.
오늘부로 라니! 참나! 그래도 기억하자 2025년 5월 22일!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쓸려가듯 불안하게 둥둥 떠다니던 과거에도 그다지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았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잣대가 아닌 내 기준에 걸맞은 사람으로 자랑스럽게 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오늘따라 몸이 축 가라앉아서 수영 수업도 못 가고 늦잠을 자게 된 나는 홀로 긴 타국 여행을 앞둔 이상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서 삶의 열렬한 의지를 느끼며 청국장을 끓이다가 다소 활활 타오르는 삶의 의지를 다졌다는 이야기.
공복이라 드는 생각은 여기까지, 이제 식사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