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것인지 새벽에 한 번 덧들린 잠이 영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부스럭부스럭 카디건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왔다.
화장실을 들러 거울을 보니 숱 많은 머리는 부스스 다 일어나고 얼굴도 부숭부숭하니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가 나를 덩그러니 마주 보고 있었다. 한결같은 나의 수십 년 캐릭터 고수에 감탄이 나왔다. 이래서 내가 브런치 아이디를 못 바꾼다. '다정한 포비'
읽고 있는 책과 휴대폰을 손에 쥐고 거실 소파에 가로로 길게 누웠다. 내 머리 바로 위쪽으로는 십자가상과 과달루페 성모님 상이 놓여있다. 나는 언제나처럼 따듯한 보살핌을 받는 아이가 되어 편안하다.
감기가 호되게 걸렸다. 잘 쉬고 약도 잘 챙겨 먹었어야 했는데, 무슨 객기인지 지난 3일간 약도 안 먹고 몸도 평소보다 더 무리한 탓에 더 진득하게 감기가 들러붙었다. 에! 에~취! 재채기 규모가 큼직하다. 내일부터는 꼭 약도 잘 챙겨 먹고 따뜻하게 좀 누워있어야겠다.
날이 다음 주부터는 더 추워진다고 했다. 그 무덥던 여름날을 우리는 녹아내리며 겨우 견뎌왔는데, 가을 하늘과 가을 옷의 단계별 착장을 마음껏 누릴 겨를도 없이, 속절없이 내리는 가을장마에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당장 두툼하게 옷을 껴입어야 하는 단계로 폭풍 점프하다니... 억울하다.
내 청명하고 눈이 부시게 높은 가을 하늘 내놔~ 상쾌하고 기분 좋은 가을바람의 촉감과 향기 돌려줘~
에고야... 주방세제 사용이나 더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이나 더 줄인 다음에나 투정 부려야 염치가 있지.
그나저나 바람이 쌀쌀해지면 마음을 잘 여며야 한다. 흘려보내는 바쁜 일상에 마음까지 느슨하게 놓치면 안 된다. 기억해야 할 것, 기록해야 할 것, 챙겨야 할 관계들, 건강... 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이 새벽에 글을 쓴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애정을 가득 담은 제 마음도 알싸한 가을 새벽 공기에 담아 보내오니 부디 잘 닿을 수 있기를...
*사진은 들깨 털러 친정 갔다가 들른 진사리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