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대인관계가 비교적 원만한 사람이다.
이타적이고 언제나 미소와 배려가 습관처럼 배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병도 휴일이나 쉬는 시간에는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중요하지 않은 모임이나 약속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병은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병은 자신이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굉장한 에너지를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소진된 에너지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으로 충전되어야만 했다.
문득 병은 주변인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자신의 태도가 사실은 자기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생각 끝에 병은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한 이기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이로운 이기심인가? 해로운 이기심인가?
이기심은 모두 나쁘기만 한 것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병은 곧 피곤해졌다.
어차피 더 많은 인간관계 활동을 확장할 에너지도 마음도 병에게는 남아있지 않았기에 병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미 예전에 병은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정면에서 직시하고 사랑하기로 했었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였지만 병에게 그것은 아주 값진 소득이었다.)
그로 인한 비난들이 조금 거슬렸지만 약간의 시간을 들여 그러한 생각들은 모두 지워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병은 그러한 기술을 습득했다.
밤은 깊어만가고,
병의 사고력은 더 이상 나머지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해답을 찾아낼 만큼 맑지 않았기에 일단 병은 책상 위의 스탠드 스위치를 내려버렸다.
내일은 또다시 병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휴일이었기에 그것이면 되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병은 곧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