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나 (첫 번째 이야기)

인생의 아이러니

by 다정한 포비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침에 눈 뜨면 금테가 둥글게 둘러진 낡은 우윳빛 찻잔에 차를 한 잔 마시고 마당 풀잎에 맺힌 이슬을 한참이고 한참이고 쳐다보고 싶어.


볕이 제법 환해져서 게으름이 민망해지면 이제 라디오를 켜야지. 시간이 켜켜이 쌓인 노래들을 들으며 손이 민망하지 않게 집 앞 잡초라도 뽑고.


큰 창이 나서 볕이 잘 드는 주방 식탁에서 점심을 먹을 테야. 들기름을 넣고 들들 볶아 군침이 돌게 예쁜 주황색 볶음 김치와 콩장이라도 가볍게 꺼내 두고 물에 밥을 말아 소박하게 점심을 먹어.


오후엔 거실 소파에 길게 누워 책을 볼 거야. 하지만 잠이 들지 않게 조심해줘. 오후의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불시에 찾아드는 공허한 기분은 정말 싫거든.


밤이 되면 모기장이 갖추어진 거실 통문을 열어둘 거야. 그리고 귀를 기울여야지. 밤의 신비스러운 움직임들에 마음을 온전히 내줘야지.


그렇게 살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그런데 그렇게 쉬워 보이는 일상을 향한 걸음이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해.


이런 아이러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