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는 오래된 도서관 서가 구석에서 책을 보고 싶어.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여행을 위해 주변은 조금 어두웠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것이 마치 구원인 듯 어둠 속에서 한줄기 볕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설정도 괜찮겠지.
나는 바닥에 무릎을 모아 앉아 서가에 몸을 기댄 채 책을 끌어안고 읽을 거야. 그 누구의 시선과 선입견도 감히 나를 방해하지 못하게 말이야. 그렇게 책을 읽으며 오전을 보내.
나의 간절함이 편안하고 안락한 독서의 상상을 거부하네.
오후엔 글을 쓸까?
글쓰기가 피와 열정이 되어버린 사람처럼 몰두해 글을 쓰는 거야. 엉터리 글이 쏟아지겠지. 하지만 그 엉터리 글이라도 언젠가 나의 순수한 결정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
늦은 오후가 되면 엉덩이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 잡동사니들을 밀어 넣고 도서관을 빠져나와야지. 고집스럽고 조금 못되게 입을 앙 다문 표정으로 말이야.
오후 서너 시의 쏟아지는 볕 아래 일상으로 녹아드는 거야.
살림하는 엄마인 나는 늦지 않았을까 조바심을 내며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도서관에서의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일상에서의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나는 모를 거야. 이중적인 삶을 사는 거지.
그런데 여기까지 그저 내 바람이라는 거.
나 요즘 지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