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나는

by 다정한 포비

"아니, 주문한 옥수수가 2주가 넘게 연락도 없이 안 오고 있다고요!"

시간대가 안 맞아 (아니 내가 경황이 없어서) 간신히 연락이 닿은 옥수수 판매 업체에 나는 이미 성이 나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업체가 부도가 났는지, 최근에 물 폭탄처럼 내린 비에 배송해야 할 옥수수에 문제가 생겼는지 배송이 안 오는 여러 이유를 속으로 짐작해보았지만,

그래도 사정 양해 연락이 한 번도 없었던 업체에 나는 이미 뿔이 잔뜩 났다.


"주문자 이름이 누구인가요?"

(전화받는 아저씨도 친절하지는 않았다. )


"이은용 씨요."


"은 자에 용가리 할 때 용이요?"


여기서 나는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른(우리 시아버지 존함이다) 이름에 용가리 할 때 용이라니요?"


"뭐가요! 용가리 할 때 용을 용이라 하는데!!"


맞다.


다 맞다.


나는 시부모님 댁에 주문해 드린 옥수수가 이 주째 오지 않고, 전화 통화도 되지 않아 기분이 이미 상해 있었던 것이다. 내가 민원업무를 하면서 어디 가서 절대 싫은 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으면서도 그 순간 자제력을 잃고 만 것이다.


결론도 다 내 실수였다.

배송지 주소에 오타가 있었단다. 아버님 전화번호와 문패 성함을 다 적어놓았어도, 같은 동네 어느 어르신 집으로 배송이 되었단다.


택배 아저씨에게도,

자신이 시키지 않은 잘못 배송된 옥수수를 그냥 받으신 동네 어르신에게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다만 터덜터덜 퇴근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나 왜 이렇게 사나.


어머님께는 창피하기도 하고 동네 싸움이 날까 봐 말도 못 드렸다.


나사 빠져 사는 나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순간 조금 눈물이 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