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선별

by 다정한 포비

십여 년 전인가.


맞춤형 복지시스템의 본인 아이디를 잊어버리셨다고 찾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겠냐며 내게 수줍게 물어 보신 선생님이 있으셨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매번 맞춤형 복지시스템에 로그인할 때마다 그분의 표정과 그때의 사무실 분위기의 기억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어떤 순간들은 가슴 벅차게 행복해서 두고두고 기억 속에 박제해 두고 싶어도 두 손안에 담긴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 버리기도 하고,

어떤 순간들은 특별한 의미 없이 지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은은한 잔향이 되어 기억 속에 남는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기억 저장 선별인 것이다.


아주 어릴 적에,

비 오는 흐린 오후에

나는 우산을 쓰고 있었고,

마당 장독대 앞에서 짙은 갈색의 위풍당당한 두꺼비를 만났었다.


그 두꺼비의 기억은 의도치 않게 살아남았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요즘 인생의 섭리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고 참으로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높은 차원의 대단한 뜻과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44살은 삶을 배워가는 나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