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혜 Jan 07. 2021

'부자'에 관한 사색-부자의 마음, 부자의 지출


강아지와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유튜브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요새 그렇게 영험하다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떤 강연으로 나를 이끌었다.

제목은 '부자로 살기'와 '부자답게 살기'. 강사는 김미경 씨.

요즈음 재테크 시장이 활황인데다가 나도 감자 싹 마냥 돈독이 송송 올라와 있기에 '한 번 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청해보았다.

강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나는 부자다'라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1억을 벌든 2억을 벌든 실상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강의에서는 두 남성을 예로 들었다.

첫 번째 남성은 온몸에 두른 옷만 1억 어치가 넘는데도 끊임없이 '내가 제일 가난해', '아, 더 좋은 시계를 사야 되는데'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 언어 습관 때문에 그 누구보다 마음이 가난해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비하면 월급도 아주 적었고 입은 옷도 검소했지만 '저는 이 정도면 부자예요.'라고 말했으며 어느 기부 행사에서 '해외여행 상품권'을 받았는데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는 것이 맞을 듯해요.'라며 반납했다고 했다.

두 번째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강의를 들으며 마음의 모양이 이미 부자인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과연 '부자란 무엇일까?', '가진 돈으로 부자다, 아니다 판가름할 수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김미경 강사는 말했다.
부자라는 건 객관적인 물질의 양으로 판가름되는 게 아니라 그 마음가짐으로 결정되는 거라고.

맞다. 일반적으로 '지금 월급의 2배만 더 벌었으면 좋겠다'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것의 넉넉함을 모르는 마음가짐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목표한 바처럼 월급의 2배를 번다고 해도 또다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낙인찍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부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거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돌아볼 일이다.

'이건 내가 나중에 쓸 거야.' 하며 '내 것'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아직 멀었어.'라고 되뇌던 나는 이미 부자인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치아가 3개나 빠진 가족 구성원의 일 앞에서 '굳이 지금?', '왜 내가?' 하며 외면하려 했으니, '가치 있는 소비'의 개념도 스스로 마련해놓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며 '돈 참 잘 썼다', '내 마음이 오히려 풍요로워졌다'라고 느껴졌던 기억들을 더듬어 보니
올여름 부모님 댁 화장실을 고쳐 드렸던 것,
남친이랑 헤어져서 슬퍼하던 여동생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떠났던 것,
누군가에게 꼭 필요해 보였던 커피를 사주었던 것 등이 떠오른다.

공통점을 헤아려보니 나에게 있어 가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 다소 정리가 되었다.

먼저 가격 대비 효용이 오래 지속될수록 가치 있다.
가령 화장실 변기 수리하는 데는 고작 40만 원이 들었지만 앞으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유럽 여행 역시 그 기억은 죽을 때까지 간다.

둘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어야 가치 있다. 
상대방에게 파스타를 사주고 싶지만 그 상대방이 절실히 원하는 건 카피 한 잔일 경우 커피에 돈을 지출하는 게 가치 있다.

셋째, 시간이 지나 돌이켜봤을 때 내 마음이 뿌듯해질수록 가치 있다.
출근길에 택시비로 썼던 돈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기분이 상한다. 게으름의 비용을 지출한 것만 같아서. 하지만 늦은 밤길 학생 하나를 태워 보낸 택시 비용은 지금 돌아봐도 뿌듯함을 준다.

그러니 다시 한번, 부자란 무엇인가?

자기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고,
쌓아놓은 돈이 아니라 가치 있게 쓴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인가?

사람들이랑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만 따라가며 살지는 않아야 될 텐데.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작가의 이전글 때로는 아픔도 유익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