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방엔 당신이 산다] 하나

덥석과 살그머니의 차이 ➀

by 감기



누군가의 반지를 물끄러미 5초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진 남자라면, 여자의 손에 대한 환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얗고 가늘며 또 길기까지 한 손가락과,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갈 것 같은 매끄러운 손등으로 이루어진 손. 언젠가 여동생의 순정만화를 뒤적이며 상상했던, 그런 손에 대한 환상이 내겐 있다.


당신은 그런 손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신이 좋아지던 무렵 우리는 카페에 갔다. 운 좋게도 나란히 붙어 창밖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때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당신은 내 오른편에 앉았고, 라떼를 주문했다. 하얀 머그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노란 전구 불빛에 가만가만 안겼다.


머그잔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당신의 손을 봤다. 나는 옆얼굴이 예쁘다며 농을 쳤지만, 사실 얼굴보다는 손을 더 오래 봤다. 그 손에 내 손을 포개고 싶었다.


바람이 이루어진 건 몇 달이 지나서였다. 우리는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함께 걸으면 자주 팔뚝이 스쳤다.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던 겨울이어서, 그런 스침을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날도 서로의 팔뚝은 닿았다가 멀어졌고, 멀어졌다가 다시 닿았다. 나는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어떤지 물었다. 당신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 확인을 해보자고 나는 장난처럼 얘기했다.


"손을 잡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느닷없이 튀어 나온 축복 같은 실언.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 걸까.


일단 말은 던져졌고, 나는 수습을 해야 했다. 팔뚝이 닿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심하게 뛰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손을 잡았다. 당신의 오른손이었다. ‘드디어 성공했다’는 수컷다운 성취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몇 걸음 걸었고, 나는 어떠냐고 물었다. 당신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렇게 덥석 잡아서는 몰라요.”


그 말을 남기고 당신은 내 손을 놓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다시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아주 살그머니.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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