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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Oct 14. 2019

동시빵가게

108. 동시빵 맛보기 - '삼촌의 직업'


남자 간호사, 남자 승무원 스튜어드, 남자 네일 아티스트, 남자 유치원 선생님...

여자 간호사, 여자 승무원 스튜어디스, 여자 네일 아티스트, 여자 유치원 선생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란 뭘까? 대체 누가 정한 걸까? 지금도 젠더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병원에서 사실 남자 간호사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치료를 할 때나 수술을 할 때 힘이 필요하다. 아픈 환자들이 모두 가냘프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독감에 걸려 엉덩이 주사를 맞을 때의 화끈거림을 생각한다면 남자 환자들에겐 남자 간호사가 필요하다.     


지난 화요일 어린이집 수업을 갔다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초등학교에 남자 선생님은 익숙하고 당연한데도 어린이집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근육질의 남자를 보니 낯설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배꼽 손 척척. 인사!” 

다정다감한 하이톤의 목소리. 분홍색 앞치마.     


젠더의 문제에서 벗어나자! 남자다움, 여자다움 그게 뭔데?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앞치마를 두른 남자 유치원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었다.     


나는 일곱 살 아이들의 그림책 토론 수업을 마치고 문을 나서며... 머리는 흐트러지고 목소리는 문어 마녀에게 빼앗긴 인어공주처럼 쉬어버리고 빵빵했던 두 볼이 핼쑥해진 채, 중얼거렸다.     


남자 유치원 선생님은 진리다!

울트라 파워! 울트라 맨이야!   


https://dongsippanggage.modoo.at/

서희경: 초승달과 별과 만화를 사랑하는 동시인이에요. 일곱 살 어린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토론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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