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동시빵 맛보기 - '빨래집게'
오월에 피는 산사나무 하얀 꽃을 좋아한다. 빨간 머리 앤도 산사나무 꽃을 좋아한다. “산사나무 꽃이 피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안 됐어요.” “산사나무가 뭔지도 모르고, 그게 없어도 아무렇지 않다니 그거야말로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할 만큼.
그 산사나무 꽃이 오월에 핀다. 노동절이 5월 1일로 정해지자, 산사나무 꽃은 자연스럽게 신성한 노동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노동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코로나, 이 어두운 터널은 얼마나 아득할 것인가. 빨래집게도 일할 때에는 ‘귀를 쫑긋 올리고’ 기가 살아나는 것을. 나도 그렇다. 베짱이 인생이 못 된다. 쉬고 노래하는 일의 즐거움 못지않게 일하는 빨래집게의 즐거움이 더 크다. ‘귀를 축 늘어뜨’린 빨래집게들의 뜨락에 산사나무 꽃은 언제야 하얗게 하얗게 구름처럼 피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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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 동시집 『안 괜찮아, 야옹』 『아빠를 딱 하루만』 『아기 까치의 우산』 『꽃마중』,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고 쓰고 놀면서 보낸 시간을 담은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를 냈고,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그림 그리는 새』 『귀신 단단이의 동지 팥죽』 『누렁이의 정월 대보름』 『분홍 토끼의 추석』 등에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