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동시빵 맛보기 - '슬픔'
꽃이 지는 모습은 꽃만큼이나 다양하지요.
어떤 꽃은 마른 채로 붙어있고 어떤 꽃은 꽃잎이 한 장 한 장 흩어지면서 떨어지고 어떤 꽃은 봉오리째 뚝 떨어지고 어떤 꽃은 꽃잎만 한꺼번에 와르르 떨어지기도 해요.
어느 날 아침 도도하게 피었던 분홍 장미꽃이 와르르 무너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아팠어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모든 걸 놓아버린 것일까.
꽃잎을 모아 말려서 병에 넣어두고 오래오래 본 적이 있어요.
누군가가 자살을 하면 주변의 많은 사람이 같이 불행해진다고 하지요. 심지어 누군가에 의해 불행해지는 것을 직접 본다면 어떻겠어요.
어디선가, 누군가, 어린아이가 라면을 끓이다 화상을 입는다든가 배가 고파 슈퍼에서 먹을 것을 훔친다든가 할 때 우리의 꽃잎도 함께 지고 있음을 시인은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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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오 : 동시를 쓰며 동시빵가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화 『제주소년 동백꽃』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