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와밥풀 Jan 18. 2021

동시빵가게

141. 동시빵 맛보기 - '짝짝이 양말이 부리는 허세'

양말의 허세, 그건 양말 주인의 허세겠지요, 어쩌면 시인의 허세...일 수도 있겠습니다. 

허세라는 말은 뭐랄까 감초 같은 느낌이에요.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꼭 있으면 좋을 거 같은 그런 무엇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짝짝이 양말을 신은 시속의 어린이도 그렇게 다가옵니다. 오래전 나의 어린 날 우리 집에 가끔 오던 촌수가 먼 손님과, 막내 고모부님,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만난 인연들 몇도 그러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존재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양, 아니 모르게 하려는 양 했으나, 풀풀 풍기는 사람 냄새를 감추지 못했지요. 허전한 주머니를 의식하지 않았고, 삶의 괴로움 따윈 없어 보였어요. 그저 웃거나 웃지도 않으면서 뻥을 날리던 이들, 그들 앞에서 나는 낯가림의 경계를 터놓을 수 있었지요, 그들이 지금까지 가끔 생각나는 존재로 남아 있어 신기하기도 합니다. 자라서 보니 혼자는 고민도 많았을 존재들이었어요. 

‘짝짝이 양말’을 신은 시의 화자와 손을 잡고 동화 속 삐삐를 만나러 가고 싶어지네요. 이건 짝짝이 양말의 허세를 넘어서는 마법일까요.    


  https://dongsippanggage.modoo.at/?link=7psr6am3

장영복 :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고양이 걸 씨』,『똥 밟아 봤어?』. 그림책 『호랑나비와 달님』, 『가시연잎이 말했네』,『친애하는 마동지』등의 책을 냈고요. 제12회 서덕출문학상, 제5회 어린이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동시빵가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