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동시빵 맛보기
신학기 아이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자리 정하는 문제이다.
해바라기 동시를 읽는 순간 딸아이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누구랑 어디 앉고 싶은지 물어본 적 있냐고!”
자리 정하고 온 날이면 어김없이 투덜거렸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든, 순서대로 돌아가든 투덜거림은 줄지 않았다.
그런데 키가 작아 항상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딸아이가 처음으로 만족감을 드러낸 날이 있었다. 단짝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을 때다. 짝꿍이 되려고 안달복달을 했다. 단짝 친구는 반에서 가장 키가 큰 친구다. 늘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짝꿍이 될 확률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보란 듯이 짝꿍이 되어 행복감에 젖었다. 작은 키를 늘이기는 쉽지 않으니, 친구가 최대로 키를 낮게 하려고 애썼으리라. 이런 상황을 다 알고 계시면서 모른 척 눈감은 선생님의 배려로 가능했으리라.
둘이서 맨 앞자리에 앉았는지, 맨 뒷자리에 앉았는지, 중간에 앉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행복감이 밴 웃음소리는 아직도 남아 귓가에 맴돈다.
“해바라기야, 너는 어디 앉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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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 <어린이와 문학> 동시 추천 완료로 등단,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소통하는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