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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Mar 02. 2021

동시빵가게

146. 동시빵 맛보기 - '이상한 지령'

제가 사는 곳은 제주도 중산간 스위스 마을 근처입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 다니기 때문에 보통은 운전을 하고 제주 시내로 나가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 수요일에 버스를 탑니다. 저는 수요일 버스 타는 날을 무척 좋아합니다. 더 이상 다른 차 꽁무니를 주시하지 않아도 되고, 힐끔힐끔 뒤를 훔쳐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단 버스에 몸을 맡기면 30분 동안 그냥 마음을 풀어놓습니다. 풀려난 마음은 어디든 갑니다. 귤꽃이 피면 향기 따라가고, 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날 때는 거기서 또 놀다 갑니다. 차창 밖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발견하면 좀 더 멀리 갑니다. 한라산에 몽글몽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드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천수동입니다. 여기서 정신을 데려오지 않으면 내릴 곳을 놓치고 마니까요. 공교롭게도 시인의 시에 천수천이 나와 있더군요. 


 “이번 정류장은 천수동, 천수동입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네요. 이제 그만 내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이상한 지령' - 김희정 낭송

https://dongsippanggage.modoo.at/?link=a3sljlpc

김희정 : 제주도에 살면서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동시집 『고양이가면 벗어 놓고 사자가면 벗어 놓고』를 내었고요,  산문집 『동시로 말걸기』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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