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동시빵 맛보기-'참외가 수박을 이긴 날'
유머는 삶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힘든 삶을 힘들게만 드러내면 밋밋하다.
힘든 것을 조금이라도 힘들지 않게 드러내는
특별한 눈이 있는데, 이게 바로 유머다.
참외와 수박을 파는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과일가게 아저씨의
독특한 언어의 힘이 가격표에 묻어난다.
당연히 수박 한 통이 더 비싸고,
참외 한 개가 더 싸다는 건 누구나 안다.
당연히 아는 것을 당연히 아는 데로 말하는 건 밋밋하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한 번 더 뒤집어보는 것,
그러면서도 존재의 본질을 헤치지는 않고
오히려 숨어 있는 내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유머다.
이왕이면 저런 아저씨가 파는 과일을 사주고 싶다.
과일 값 만 원의 가치 속에는 과일만이 아니라
언어의 맛이 함께 들어있다.
저 유머러스한 언어의 맛은 돈으로 따지기 힘든 그 무엇이다.
그 무엇에 해당하는 부분의 가치가 바로 시의 몫이다.
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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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복 : 동시 읽는 걸 좋아하는 동시빵가게 바지사장입니다. 시인들과 어린이 독자와 동시빵가게 만들면 서 같이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iyagibo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