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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Feb 19. 2018

동시빵가게

30. 동시빵 맛보기 - '빵 하나 먹는데'

-그림 최복규-


아주 짧은 시이죠. 방긋 웃음이 나요. 빵 하나 먹는데 가족들의 말이 서로 다르니까요. 재밌는 건 모두 여자들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순으로 배치가 되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 난 빵을 먹었을 뿐인데 가족들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할머니는 화자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어여어여 많이 먹어라.”라는 말속에 손자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요. 엄마 역시 아들이 빵을 먹었을 뿐인데 배고프냐고 물어보고, 밥 줄까?라고 묻지요.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누나는 동생에게 얄궂게 말해요. “또 먹니? 또 먹어?”라고. 이 말에 마치 화자는 식탐이 많은 아이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시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형은 뭐라고 말할까요? 어쩌면 형은, 아무 말도 없이 냅다 빵을 뺏어 달아날지도 몰라요. 그러면 화자는 엉엉 울며 할머니께 달려가겠지요. 또 동생은, “오빠, 그 빵 맛있어? 한입만!”이라고 졸라댈 거 같아요. 친구는 뭐라고 말할까요? “입에 크림 묻었어!”라고 놀릴지도 모르겠어요. 빵을 먹고 싶은 마음을 뾰로통하게 표현할 때 보통 그렇게 말하니까요. 

가족들이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면 가족들 앞에서 아주아주 커다란 빵을 한입 베어 물어봐요. 뭐라고 내게 말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것을 주고 싶어요. 얄미운 사람은 먹는 모습도 밉게 보여요. 말에는 마음이 묻어나요. 

누나처럼 또 먹니? 또 먹어?라고 말한다면 뒤에 감추어둔 단팥방을 슬쩍 내밀어 봐요. 누나가 씽긋 웃어 줄 거예요. 

                       

https://dongsippanggage.modoo.at/


서희경: ‘시와정신’과 ‘아동문학평론’에서 신인상을 받아 동시를 쓰고 있어요. 별꽃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하여 그림 이야기를 쓰고 그림책을 옮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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