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동시빵 맛보기-'계란형'
계란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계란형 몸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 못했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양계를 하셨는데 초봄이면 노란 계란형 병아리들이 조그만 종이상자에 담겨서 집에 왔어요. 대구 부화장에서 갓 깨어나 병아리 감별사로부터 암컷이라는 판정을 받은 병아리들이었지요.
따끈따끈한 방에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도 ‘비비비비 비비비비’ 춥다고 신음소리를 내었어요. 엄마도 없는 낯선 곳에서 마음이 불안해서 내던 울부짖음 같았어요.
계란형 병아리들은 처음에 계란 노른자를 하루 이틀 먹은 다음 모이를 먹었어요. 계란형 병아리는 자라면서 계란형을 벗어나요. 솜털도 갈고 키도 자라고 못 생겨지면서 점차 닭으로 자라는데요. 계란형 병아리 시절은 정말 잠깐이고 병아리-중닭-닭이 되어가지요.
병아리를 계란형이라고 발견한 시인의 눈이 참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란만 계란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갓 깨어난 병아리에서 계란형을 보았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엄마를 찾던 계란형 병아리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닭이 되어 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계란형 병아리 닮은 아이들이 전쟁의 불안을 걷어내고, 분단 상황이 가져오는 갈등을 겪지 않고, 맘껏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세상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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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동시와 동화, 정보책을 쓰는 작가입니다. 자연과 멀어지는 어린이들을 자연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동시집 <소똥경단이 최고야!><안녕 남극><수리수리요술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