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동시빵 맛보기-'백미러가 있어요'
거울이 있다. 방에도 화장실에도 출입문을 나설 때도 거울을 본다. 또 가방에도 작은 손거울이 달려있다. 이 거울은 겉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앞을 비추는 거울이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비 내리는 날, 하늘은 잿빛 어둠이지만 비 내리고 난 다음 날의 하늘은 맑고 푸름이라는 언어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청아하다. “하, 맑다!”라고 탄성을 내는 것은 바로 우중충한 어제의 날씨를 견뎠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든 건 상대적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건 그대가 저기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인 거울, 나를 가장 잘 비춰주는 거울은 바로 타인의 얼굴이다. 내 앞에 지금 서 있는 사람.
나는 어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가.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 어떻게 말하는가.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콩콩 설레는 마음이 살아나 살구 빛 뺨으로 물든 얼굴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밉고 불편한 사람을 대할 땐 한걸음 뒷걸음질 치거나 얼굴을 삐딱하게 돌리거나 팔짱을 낀 채 발을 까딱까딱거릴 테고. 가장 가까운 가족의 얼굴을 마주할 때는 어떤가.
그런 태도를 보일 때 내 앞에 선 사람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이 사람 거울은 분명하다.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비춘다.
백미러. 뒤를 비춰주는 거울.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건 타인의 관계 속에서도 한 부분 차지할지 모른다. 성장이라는 또렷한 목표 아래 너무 빨리빨리 지나가는 속도의 둘레 속에서 나를 정돈하고 나를 성찰해보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이 세계는 성장지수를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성찰지수이다. 돌아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성찰을 통해 내가 그대가 그래서 우리가 함께 아름답게 성장한다.
백미러. 나를 돌아보는 거울.
그 거울을 내가 지금 마주하는 사람들 속에서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https://dongsippanggage.modoo.at/
서희경: 동시를 쓰며 세계 그림책을 반짝이는 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그림책으로는 『탐정 해럴드』, 『너에게 쪽지를 썼어!』, 『별똥별처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