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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Aug 27. 2018

동시빵가게

57. 동시빵 맛보기 - '자존심 강한 꼬막'

책 읽은 느낌과 생각을 말하는 시간에 입을 열지 않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제가 말하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말한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제대로 말하거나 멋지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줘도 소용없다. 


어떤 아이는 자기 글을 친구들이 볼까 봐 전전긍긍, 슬그머니 다가와 나만 보이게 공책을 내민다. 

심지어는 선생인 나도 보지 말라고 시 쓴 종이를 뒤로 감추는 아이도 있다.


보여 주기 싫다는데 기어코 볼 일이 있을까.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도 대견하고, 혼자 쓰고 혼자 읽기만 해도 훌륭한 거지.  


‘입 꼭 다물고 있는 너’를 ‘빈 속 보여 주기 싫어’하는 너를 ‘억지로 벌려 보’았을 때 너는 얼마나 치욕스러웠을까. 

잔혹하다. 

끝내 자존심 잃지 않으려던 너. 

탱글탱글 토실토실한 ‘살은 없고’ 냄새나는 검은 ‘뻘만 있’음에 부끄러움을 아는 너. 


자기 자신을 알고 있는 꼬막들 앞에서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https://dongsippanggage.modoo.at/


김미혜 :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아빠를 딱 하루만』『안 괜찮아, 야옹』『꽃마중』,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돌로 지은 절 석굴암』,  동시놀이 이야기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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