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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25. 2023

다행한 불행



결혼 생활은 기이하다.



결혼은 상대의 모든 것 그의 질병까지도 껴안는 일이라고 누군가 말항 것도 같은데, 누가 한 말인지는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모든 것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내가 받아들여야 할 건 무엇인가. 

재결합하면서 꽃길을 걸을 거라는 예상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시작한 일이다. 당장은 내 역할이 훨씬 크다는 것도 알았고 감당한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도 힘은 들었다. 삶이 납득할 수 없는 문제로 가득했고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싸움은 늘 그렇게 우치한 이유로 시작되고 끝난다. 남편은 고집이 세고 우기기 대장이다. 맞는 걸 틀렸다고 하고 옳은데 그르다고 하면 미치고 환장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걸 무조건 틀리다고 우기면 뒤따라오는 허탈함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게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정해버렸다. 내 의견이 번번이 무시되는 것이 약이 올랐고 사소한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억울해서 남편이 없는 곳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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