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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19. 2023

다행한 불행







결혼을 새로고침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긴다. 기념할 만한 결혼 생활을 못 한 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서 좀 억울하지만, 일단 실패로 인정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다음 순서로 진입할 수 없고 또 다른 실패가 올 수도 있다. 그러니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결혼에 실패했다! 그러나 후반부가 남았다!"


말 한마디로 역사를 새로 쓴다는 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 한마디가 가진 상징성을 이용해보는 거다.

이로써 결이 새로고침됐다. 오늘은 2023년 3월 23일. 27년 전 오늘 남편과 내가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날과는 달리 오늘은 날씨는 맑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후반부의 결혼생활에도 실패의 흑역사가 이어질지 모른다. 운이 나빠서 실패한 채 인생의 막을 내릴 수도 있다. 내가 저 인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 수도 있다. 이 책 속의 모든 글을 불살라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사람의 앞날은 알 수가 없으니까.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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