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관대함이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다 뭣 모르고 한 생각이다. 관대함은 많은 걸 기대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런데 가만 보니 관대함에도 고급 버전이 있었다. 상대에게 실망했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 서로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상대가 서운하게 대하더라도 되갚지 않겠다는 의지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고급 버전인 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 단순히 상대에게 관심을 끄면 저절로 생기는 관대함이 아니라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고차원적 관대함이어서다. 이런 관대함을 지닌 인간이 되면 참 멋질 텐데, 하고 나는 생각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