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함정
나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갈등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긍정적 결과는 예측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러고 있다는 걸 몰랐다.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자신만만했지만 그게 내 안목이었다. 보는 눈이 부족한 걸 알면 그걸 키웠어야지, 하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안목을 키우는 속도보다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훨씬 빠른 여자였다. 배우자 기도를 열심히 하거나 요목조목 따져 고르고 고른 남자와 함께 했다면 행복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타인과 함께 살려는 생각 자체가 무모한 것 아닌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시기에 결혼했다는 것이 인생의 함정이 아닐까. 이 정도가 냉정을 되찾은 지금 드는 생각이다. 2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