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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19. 2023

다행한 불행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프롤로그




나는 세상 사람들이 가정의 행복과 결혼의 장점에 대해 이러저러하는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결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판단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를 보면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다른 부부들은 다 내 부모처럼 부부도 아니고 남도 아닌 관계로 산다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렸다. 엄마가 끝내 이혼하지 않고 불행을 받아들인 이유가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빨리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의 돈을 벌고 싶었다. 언젠가는 엄마도 이혼하게 될 거고,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 결할 생각이 없는 건 당연했다.


몇 년 후 나는 한 남자와 법적으로 엮이려 안달했다. 결을 잘못해서 닥치는 불행보다 결혼 후에 주어질 안정이 더 유혹적이었던 걸 보면 사회생활에도 사람과의 관계에도 어지간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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