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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25. 2023

다행한 불행



에필로그 중에서


한때 어떤 이들의 인생에는 늘 행운이 함께하는 듯 보이지만 어떤 이들의 인생은 견디기 힘든 불행으로 가득 차는 모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삶은 이다지도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는 말인가. 나는 연이은 불행을 예측할 수 없었고 그러므로 실상 대비할 여력도 이유도 없었다. 살아가는 일이 아픔이었고 내일이 오는 것이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그러나 이만큼 나이가 들어보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큰 모순은 예기치 못한 불행의 습격이 일면 내 안의 어떤 부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는 흔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삶의 모든 모순에도 불구하고 불행에 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나아가는 순간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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