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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May 07. 2024

어버이날 보내는 엄마의 편지

딸에게




딸아. 어버이날 선물, 고마워. 네가 보낸 선물은 너와 어쩌면 그렇게 닮았니. 그걸 한참이나 보면서 선물이라는 건 너처럼 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러고 보니 엄마는 요즘 너한테 배우는 게  참 많아, 이처럼 부족한 엄마에게서 어떻게 너와 같은 딸이 나온 건지 너를 낳고 27년 동안 꾸준히 놀란단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확한 걸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 적이 많더라. 뭘 모르는 상태로 선택한 것도 많고 육아가 뭔지도 모르면서 너를 키웠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뭘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무지의 상태에서 어제 같은 철학적 질문을 받으면 몹시 당황하게 되지. "자본주의적 삶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하는 질문에 하루가 지난 오늘 이 글로  대답을 대신하려고 해.  


질문을 받은 순간 당황했어. 너보다 30년 먼저 살면서 줄곧 자본주의를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진지한 성찰은 부족했으니까 네 질문에 막상 답을 해주려니 말문이 막히더라.
음... 그러니까 너의 질문은, 지난 2년 직장인으로 살며 자본주의로 상처받고 분열한 내면세계를 보듬고 치유하고 싶다.... 지금껏 살던 대로 살면 미레에는 희망 같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기성세대인 엄마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 뭐... 그런 뜻이지?

그런데 딸아 어떡하지? 엄마는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오히려 반대로 사람들의 입에서 해방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특히 인간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한 자들에게, 직장의 선배나 상급자들, 친구 심지어 부모인 나에게도 해방되길 바라. 네게 함부로 충고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이들의 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너에게 해당도 없는 좌표를 던져주거나 자신의 프레임을 적용시키려는 이들에게서 힘껏 벗어나렴. 그들이 하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닐 때가 많고 오히려 너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 수 있거든. 부지불식간에 남이 만든 프레임이 갇히는 순간,  아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다.라고 인식했으면 좋겠어.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오직 너 자신을 알려는 노력에 매진하기를 바라.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말 "너 자신을 알라"는 말,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엄마는 사실 너를 믿어. 너는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까. 네 살 때도 다섯 살 때도 단 한 차례도 엄마가 원하는 핑크 공주 드레스를 입어주지 않았으니까. 당장은 엄마 마음대로 되는 것 같았지만 너는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하는 고집쟁이였으니까. 그래서 너는 지금의 네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였던 거지.
딸아!
2024년 어버이날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마디 말은, 부모로서 너에게 주었고 앞으로 줄 사랑은 분명하고 선명하다는 말 뿐이야. 너는 앞으로 그 사랑을 에너지 삼아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단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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