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왜 소설을 쓰는가? 내가 만난 소설가 몇몇에게 이 질문을 하면 대개 머뭇거렸다. 명확한 답이 없는 얼굴이었다. 이를테면, 작가 자신에게도 소설은 미지의 영역인 것 같다. 누군가는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쓴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오히려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소설가는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창조자이다. 일상의 파편들을 줍고, 그것들을 재배열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일어날 수 있었던 일에 더 관심이 있다. 그들은 '만약에'라는 가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장 안전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지만 진실을 담고 있고, 없는 이야기지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쓴다. 이 모순적인 특성이 소설의 매력이자 작가들이 이 장르에 끌리는 이유일 것이다.
이은정 작가를 몇 년 전에 알았다. 작가를 보면서 이 사람은 어쩌면 존재의 증명을 소설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원초적 욕구. 다만 돌 대신 글자로, 벽 대신 종이를 택했을 뿐이다.
이번 소설 <기억을 새겨 드립니다>는 치유의 책이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위로받는 사람은 책을 읽는 독자겠지만, 이은정 작가 자신도 쓰면서 치유의 기적을 경험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답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쓴 것 같다. 명확한 이유를 모르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때로는 절박하게 쓰는 사람, 이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