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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Aug 20. 2020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점심을 먹을 때부터 미리 저녁 식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작가가 있다. 먹는 걸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저녁을 굶고 무사히 잠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257페이지의 책은 한결같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하는 굳센 의지와 의지에 비하면 의외로 빠른 체념 그리고 음식을 향한 한이 적당히 버무려진 문장으로 매 단락의 끝을 맺는다. 제목만 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에 얼마나 깊이 공감을 했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릎을 치느라 바쁠 지경이었다. 책을 읽으며 이건 내 얘기지. 이 작가 내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 책은  흥행 대성공이다. 책을 써 본 사람으로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책의 내용은 백 프로 공감하고 흥행하는 작가로 사는 삶은 이백 프로 부럽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가 오죽이나 답답하면 자괴감이 가득한 내용으로   권을 완성했을까. 이쯤 되면 누구나 그렇듯 생김새가 궁금해진다. 작가를 비하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일종의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고 싶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작가의 이름을 검색한  사진을 천천히 면밀히 살펴보았다. 이렇게 사진을 찾아보는 것을 박상영 작가는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 치고는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작가가 말한 대로 뽀샵 때문인지 사진 속의 모습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데?   엄살 아냐? 자기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아닌가 의심을 했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작가의 심정을 안다. 외모에 관한 한은 누구도 자신감을 갖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요즘은 자신의 외모를 평가할  객관성이라고는 1  없는 사람도 많고 객관적일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지만 우리 같이 옛날 사람들은 도무지 외모라는 단어와 자신감이라는 단어의 조합이라는 것이 워낙 생소하니까. 요즘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도대체 뚱뚱한 여자는  어디로  건지. 이제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를 만나기는 하늘에서  따기인가. 하는 생각을 바로 며칠 전에 25 만에 등록한 수영장에서 했다. 두리뭉실한 배와 옆구리 그리고 체격에 비해 의외로 작은 골반이  몸을 통자로 만들어 주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영복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서 바라본 모습은 새삼스럽게 우울감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떠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남편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남편의 이야기를 쓸 때면 그 사람이 휴대폰으로 글자를 읽으면 눈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나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없이 무료한 일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또 자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날 어쩌다 읽게 되더라도 도입 부분만 읽고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끝까지 읽는 것을 포기한다. 이 글도 여기까지 읽을 가망은 없으니까 마음 놓고 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솔직하게 쓸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다. 요즘 남편의 배는 까만 비닐봉지에 어묵 건더기와 국물을 같이 담아 묶어버린 것 같다. 잘못해서 실수로 찌르면 금방이라도 속에서 내용물이 줄줄 흘러 버릴 것 같은 불안한 상태다. 신혼 때는 지나치게 말라서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살을 찌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찌는 밥상을 차렸던 적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어묵 봉지 모양의 배를 하고는 가끔 나에게 내 배 좀 봐. 하고 말하면서 배를 쓰윽 내민다. 어쩌라는 건지. 터트려 달라는 건지 아니면 자기 배를 쓰다듬어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 배가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매일 저녁 반주로 먹는 막걸리 한 병 때문이다. 미스터 트롯의 영탁이 막걸리 한 병이라는 노래를 목놓아 부르기 훨씬 전에 이미 매일 저녁마다 막걸리 한 병을 마시기 시작했다. 잠이 안 와서, 허전해서, 기분 좋아서, 그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마셨지만 나는 그가 왜 매일 막걸리를 꼬박꼬박 마셔대는지 확실한 이유를 안다. 그냥 식습관이다. 모든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상할 게 없는 음주 생활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생의 쓰라림, 아픔, 고뇌, 그런 걸 해결하기 위해 마신다고는 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나도 그에 못지않게 고뇌가 있지만 막걸리는 안 마신다. 그 정도로 마시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더는 말리지 않는다. 제발 늙어서 병시중이나 들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남편도 박상영 작가처럼 매일 밤 "오늘은 막걸리 한 병을 먹지 말고 자야지." 하는 맥 빠지는 선언이라도 하는 걸 보고 싶기도 하다. 머지않아 다이어트로 대동단결을 하게될 수도 있다. 우선 닥치고 수영부터 열심히.













여기까지만 쓰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을 붙잡고 싶어서 조금 더 쓴다.나는 항상 글쓰기에 대한 남들의 생각에 목마르고 애가 탄다. 마음속에 잔뜩 쌓아둔 말들이 마음에만 머물고 글로 나오지 못할 때의 답답함은 고구마 백 개를 먹었는데 누군가가 내 입을 틀어막은 것과 같다. 빛나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 나는 평소에 그들이 하는 노력보다는 타고난 천재성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비겁함을 택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글 쓰는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에 갖다 놓아야 그나마 비루한 내 글에 당위성이 부여된다. 글을 잘 스는 사람들의 능력이라는 것이 대부분 알아도 따라 하기 힘든 것들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곳이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고 그것을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은  코미디언 인지도 모른다. 이루기 어려운 것들은 대체로 습관처럼 몸에 익어야 한다.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사라지는 생각들은 한번 날아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곳으로 달아나는데 그렇게 되면 글을 잘 쓰기는 애당초 틀렸다.  스마트폰의 메모장이든. 가방 속의 다이어리든.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도 글 같지도 않은 글이라도 무조건 적어둔다. 한동안 그렇게 글을 모은 수첩을 꺼내 읽으며 언젠가는 나도 잘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하철에서 미친 여자처럼 실실 웃은 적도 많다. 그렇게 소중한 수첩이 없어졌다. 잘난척하고 들고 다니다가 어딘가에 떨어 뜨렸을 것이다. 다시는 내손에 들어오지 못할 수첩이라고 생각하니까 모아둔 메모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책의 소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든다. 그거 분명히 쓰레기통에 처박혔을 텐데. 그러니 쉽게 읽히는 이런 글이나 쓸 운명이라는 이야기. 아. 노란 내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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