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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홀로, 자연으로

♬유하 | 때가 됐을 뿐

by 로제

그리고 나머지, 인간들이 인생에다

보태는 것들,

내 영혼에 무슨 보탬이 되겠어?

아무것도 없어, 무관심에 대한 욕망

그리고 달아나는 시간의

게으른 확신 말고는.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나는 조국보다 장미를 선호해"


나는 조국보다 장미를 선호해, 나의 사랑아,

그리고 영광이나 미덕보다

차라리 목련을 사랑해.

인생에 지치지 않는 한은, 그냥 놔둘 거야

인생이 나를 지나치도록

내가 변치 않는 한은.

아무래도 좋은 이에게 무슨 상관이겠어

누가 지고 누가 이기든,

서광은 변함없이 비추고,

매해 봄이 될 때마다

잎사귀들이 나타나고

가을이 되면 시드는데?

그리고 나머지, 인간들이 인생에다

보태는 것들,

내 영혼에 무슨 보탬이 되겠어?

아무것도 없어, 무관심에 대한 욕망

그리고 달아나는 시간의

게으른 확신 말고는.


(1916년 6월 1일)




: 화답


당신은 시를 썼지만

사실은 당신을 쓴 것이겠지요.


시어의 나열은

홀로 있는 당신의 모습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


당신에게 덜어야 할 게 있나요

아니면 보탤 게 있나요


당신은 자연이기에

가만히 두는 게 가장 당신답고 보기 좋죠.


당신은 이름을 많이 지녔듯이

꽃도 되고, 풀도 되고, 바람도 되고,

떠오르는 아침 해도 될 수 있어요


시를 읽으며, 자연을 느낄 때

난 당신을 느낀 것만 같았어요


당신과 사방이 트인 높은 언덕에 올라

바람과 햇살 속에 스며들고 싶네요


그럴 때 우린 함께 사라지며

스며들겠지요

모든 것과 하나가 되겠지요


이름도, 언어도, 생각도

바람결에 부서지는 마른 잎처럼

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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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 때가 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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