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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향한 '무죄'
선언!

♬장기하 | 부럽지가 않어

by 로제

연애와 결혼이라는 획일화된 그물이 당신을 포획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애가 없다는 사실을 곧장 결핍과 미완으로 번역하는 무례함에 동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연애만을 승인하는 세상에, 더 다양하고 소중한 당신의 연애를 들이밀었으면 좋겠다.

-이진송, '연애하지 않을 자유'



… 연애는 철저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삼포세대를 가로막는 경제적 이유, 장애 인구가 부딪히는 편견의 장벽, '정상적인 연애'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가시화되는 퀴어들의 연애 같은 구조적 문제나 특수성은 싹 빠진다. 이러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뻔뻔하게 연애를 권유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68p


연애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이는 기승전연애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방식에 안주한 결과에 가깝다. 우리의 삶과 세계는 연애 말고도 다양하고 풍부한 것들, 이를테면 '연애가 아닌 관계', '연애 감정이 아닌' 감정, '치정 싸움이 아닌' 싸움, '사랑 고백이 아닌'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160p


인기가 많은 사람만이 연애하는 것은 아니며, 연애는 그 사람의 '인기 많음'을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이성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열등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내가 '자발적 홀로'라는 표현을 지양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222p



언제,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그 소재.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을 포함한 각종 매체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동호회원, 학교 선배, 후배, 후배의 친구, 그 친구의 동생...

끝없는 관계 속에서 끝없이 등장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연애'.


누굴 만나더라도, 서로 미리 합의된 것처럼 바통 터치하듯 이어지는 연애 담론에

내가 주로 느낀 감정은 '희한하다'는 거였다.

그런 내색을 보일 때면 나 역시 상대방에게 '희한한 사람'이 되곤 했지만.


연애로 도배된 세상 속, 대체 '왜 미디어에서는 어떻게든 사랑 이야기를 끼워 넣지 못해 안달인지',

'꼭 이성을 연애 대상으로 좋아하거나 좋아할 예정에 있어야만 하는 건지',

'연애 시장에 관심도 없는 내가 왜 이성에게 호감을 줄 만한 스킬을 갖춰야 하는지'.. 와 같은

의구심이 늘 있어 왔지만, 어디 가서 속쉬원하게 얘기할 수가 없었다.

들어줄 귀가 없었기에..


안 그래도 주입식 교육에 이골이 나있는데, 이노므 연애는 학교를 졸업해도 반강제적으로 입력을 하려 드니.

이것만큼 질긴 주입식 교육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렇게 혼자 연애에 대한 의문, 깝깝함을 쌓아오던 나였으니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책을 어찌 지나치지 않을 수 있었으랴?


거의 10년이 지난 책이고, 그때에 비해서는 비연애나 비혼이

낯설지 않은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구조적 문제라든지 여전히 논의되어야 할 핵심 사안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애지상주의 사회에 비연애를 선포하며 주목되지 못한 '홀로'들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읽어야 할 가치는 차고 넘치는 책이라고 본다.


또한, 꼭 연애라는 주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회의 편견, 비주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입장에서도 읽으면

얻어 갈 시사점은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승전연애의 사회 속

수많은 연애학 책 속에 파묻혀 있었던

그 이름도 생소한 '싱글학'('싱글'='학'이라는 의미가 아님!)의 세계로, 롸잇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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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 부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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