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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산'을 통해, 모든 살아있음이 완전해진다.

♬Adele | To Be Loved

by 로제

하지만 내가 깨달은 온전한 진실을 말하자면 나 역시 산의 일부다. 나는 나 자신의 발견을 위한 악기이며, 그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학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감각을 수양하고 단련하며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 적절하고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조율된 몸을 지녀야 한다.

-낸 셰퍼드, '살아 있는 산'



산비탈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동안 맹렬한 서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순백의 세상, 지는 해와 뜨는 달이 한데 어우러져 프리즘의 광채처럼 푸른빛, 연보랏빛, 자줏빛, 장밋빛으로 녹아들었다.

-55p


혹은 우아함이 필수적이라고 본다면(급강하, 포물선, 화살처럼 날아가는 발굽과 날개가 기능적 필요를 엄밀하게 충족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면) 산의 완전성이 더욱 분명히 입증되는 셈이다. 아름다움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본질이 된다.

-105p


그들은 살아 있는 만남에, 나의 삶과 그들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에 있다. 아득히 멀리서 울려 퍼지는 마도요의 울음에, 박새들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며 마지막 나무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은빛 노래에 있다.

-119~110p



사람이 산이 되고,

산이 된 사람의 언어가 책이 되었다.


책이 '살아 있는 산'이 되었다.

생명에 대한 경이와 아름다움을 언어로 쌓아 올려 드높고 거대한 산을 이루었다.


시작은 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순수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산의 구석구석,

너무도 미세하여 누군가는 지나칠 법한 부분까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게 하였고

그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는 몸에 대한 경이로,

존재의 본질에 대한 경이로 이어지게 하였다.

그렇게 산과 존재는 서로에게 녹아들며 한 몸이 되었다.


이는 사실 우리 모두가 도달해야 할 지점이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할 지점이다.


산은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산은,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터전이며

사람 또한 생명의 일부이기에.


하지만 이를 진실로 알기 위해서는

생명을 생생히 느끼고자 하는 섬세한 애정과

민감하게 감각할 수 있는 몸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산을, 자연을 왜 최대한 생생히 감각해야 하는가?

자연을 알수록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자연, 살아 있는 몸, 살아 있는 느낌...

살아 있음은 또 다른 살아 있음을 통해 증명되고, 확장되며, 완전해진다.


[살아 있는 산]을 읽으며 산 뿐만이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한,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경이를 배우고

경이를 일으키는 마음을 깨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운다.


그리고, 발견한다.

산을 오를 때 나의 진정한 만족감은 경이를 느끼는 일에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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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 To Be 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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