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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새로운 삶으로.

♬웨일 |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

by 로제

두려움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세계에 대한 앎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이전과는 다르게 알아야 한다. 알았던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다행히 어떤 앎은 지도다. 새로운 앎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어야 가능성이 태어난다.

-정혜윤, '삶의 발명'



그들의 슬퍼하는 눈에는 보이는 것이 있다. 그들은 비극이 자꾸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기이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들은 견딜 수 없는 일을 겪었지만 그 일을 재료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고 타인이 살아갈 힘을 뺏기는 일이 없는 데 힘이 되려고 했다.

-88~89p


사랑과 우정, 희생 모두 연결에 대한 욕구나 다름없다. 우리의 찢어지고 갈라지고 부서진 마음을 다시 붙여놓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돌고래에게 바다를, 새에게 하늘을, 갓난아기에게 따뜻한 품을, 눈물 흘리는 아이에게 손수건을.

-150p


무관심, 무책임, 외면, 조롱, 무시, 냉소, 혐오가 많다면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수많은 지구 생명이 겪고 있는 위기 때문에 뭔가 '포기'하는 사람, 뭔가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189p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삶을 만들어내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상하게 들어도 들어도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

그 이야기야말로 우리를 서로 연결되게 해주는 '끈'이자,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이야기니까.


그런 귀중한 이야기가 [삶의 발명]에 가득 쓰여있다.

읽으면서 유독 눈이 시렸던 이유는 아마도 책 속 이야기들이 너무 눈부시도록 빛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005년 대구 지하철 노조와 함께 대구 지하철 전 차량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하게 된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서 즉시 팽목항으로 출발해 아이들을 구할 것을 호소한 태안 해병대 캠프 희생자 아버지들의 이야기,

해마다 상천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고, 자원봉사에 관한 조례 또한 개정한 춘천 산사태 유족들의 이야기,

세상에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힘을 쏟은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어머니의 이야기,

닭장에서 살다가 뒤늦게 야생 훈련을 받고 시베리아로 날아간 흑두루미 두리의 이야기 …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삶이 가슴속으로 흘러 들어와 터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봐도 비극뿐인 상황에서, 변화라고는 없는 상황에서, 한계에 다다라 포기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발명하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삶'의 힘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가슴이 벅찰 정도로 놀라운 기적이었다.

이 벅차오름, 이 기적이 삶이었다. 삶은 원래 기적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끊임없는 재해, 사고, 범죄, 전쟁, 다툼, 억압, 피해 ...

이게 삶이냐고. 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냐고. 왜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냐고.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아마도 그들이 듣고자 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할 테니까.



우리가 새롭게 삶을 보게 될 때는,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때다.

이야기할 거리가 더 이상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사람은 늘 있어왔다.


나는 그게 당신이면 좋겠다. 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삶의 더 많은 기적을 발명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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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 |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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