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커 | 향
지금의 앤 엘리엇은 젊은 시절에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에게 노력을 모욕하고 섭리를 불신하면서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는 그런 조심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신뢰를 가지라고, 그편이 훨씬 낫다고 열렬하게, 진정 열렬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 '설득'
그의 눈에는 루이자 머스그로브가 차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그 생각을 일부러 전하려 한 것 같았다는 것, 벤윅 대령에 대한 놀라움, 첫사랑에 대한 강한 감정, 시작했다가 끝내지 못한 문장들, 반쯤 시선을 비낀 눈, 그리고 반쯤 의미심장했던 눈길, 이 모든 것들은 적어도 그의 마음이 그녀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었다.
-269~270p
"… 남자도 목적만 있다면 모든 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모든 가정적 관용을 베풀 능력이 있다고요. 다시 말해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이 살아 있고, 또 그 남자를 위해 살고 있다면 말이지요. 제가 여자에 대해서 주장하는 특권은 상대나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오래오래 사랑하는 특권입니다."
-340p
그리고 이 시간은 그들이 장차 살아가는 동안 가장 행복하게 회상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할 터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전에 완벽히 확보된 듯했다가 수많은 세월 동안의 이별과 소원함으로 이어졌던 바로 그 감정과 약속들을 다시 교환했다.
-348~349p
멈춤과 다가감 사이에서의 머뭇거림, 조심스럽게 던지는 은근한 암시, 스치듯 보낸 뜨거운 눈빛, 소음 속에서도 또렷이 들려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 떠올려볼수록 더욱 빛나는 그 사람의 특징들 …
사랑에 빠진 이의 감정에 대한 기깔난 묘사, 숨죽이고 기다리게 만드는 설렘 모먼트, 방심한 사이 훅 들어오는 결정적 한마디까지,
연애 소설의 참맛을 보여준 제인 오스틴의 [설득].
세부의 세부를 파고들며, 아주 미약하게나마 개화될 조짐을 품고 있는 감정 신호를 놓치는 법이 없는 그 집요함,
톡톡 터져 나오는 사랑의 순간들을 피식 웃음이 터지게끔 그려낸 깜찍한 묘사 기술이란!
주인공 앤이 영향력 있는 인물에 의해 설득되었다가 뒤이어 사랑이란 감정에 스스로 설득당하게 되기까지
그 변화하는 심리를 지켜보며 나 또한 내 안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는 감정의 물살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이 절정이자 완성이었고, 읽는 내내 기대감과 흥분이 떠나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 안에 풍요하게 넘실대는 연애 감정이 글에 깃들어, 읽는 나를 전염시킨 듯하다.
마치 지난 세기로 떠나, 아주 즐겁고 충만한 감정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그 여행의 여운은 너무도 짙어, 당분간 연애를 안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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