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vin' Spoonful | Daydream
"저 맥도날드를 습격하는 거야." 아내는 말했다. 마치 저녁 메뉴를 말해줄 때처럼 가벼운 말투였다. "맥도날드는 빵가게가 아냐." 나는 지적했다. "빵가게 같은 거잖아."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재습격'
그녀는 칵테일 잔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고, 나는 종이받침에 인쇄된 글씨를 스물다섯 번 정도 되풀이해서 읽었다. 역시 코끼리 얘기 따위를 하는 게 아니었다.
-76p
"왠지 모르지만 때때로 무서워, 미래란 거." 여동생은 말했다. "좋은 면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면 돼. 그러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시점에 생각하면 되는 거야."
-132p
거리는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그 거리였다. 하나하나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채 섞여든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어디서랄 것도 없이 잇달아 나타나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짧게 토막난 음악,
-153p
어쩌면 이리도 담담하면서 웃기고, 미스터리할 수가!
하나하나의 작품에 코믹과 미스터리를 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한 건 똘끼+싱거움+귀여움+코믹을 담은, 소설의 제목과 동일한 단편
'빵가게 습격(&재습격)'이 가장 재밌었다.
처음 빵가게를 습격할 당시 주인이 바그너를 좋아해 주면 빵을 먹게 해주겠다고 한 설정도,
재습격 시 빵가게게 없어 주인공이 아내와 맥도날드를 습격해 빅맥 서른 개를 주문했다는 설정도.
무표정하게 말하지만 어쩐지 귀여운 소녀를 볼 때처럼 마음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게 했다.
친숙한 일상의 풍경들을 특별한 것처럼 표현하는 방식, 친한 친구에게 그러듯 자연스레 던지는 유머가 담긴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내 일상과 사람들의 유머를 각별하게 여긴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게 되었다.
특히나 무심코 뱉은 유머도, 잘만 이야기를 덧붙이면, 하루키처럼 소설 하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루키의 그 엄청난 인기 비결에는 이런 친근함도 포함되겠지만,
그보다는 소설에 음악을 많이 언급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음악을 디깅하기 위해 하루키 소설을 읽는 음악 마니아도 있지 않을까.
나는 하루키 소설을 읽기 전에 또 무슨 음악을 알게 될지, 미리부터 설렌다.
아무튼 하루키 소설은, 음악 틀고 맥주 한 잔 마시며 읽기 딱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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