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것을 보고 추측할 수밖에, 여느 때와 같이.

♬Pink Floyd | Hey You

by 로제

"사람 마음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싶어. 바닥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때로 거기서 떠오르는 것의 생김새를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무라카미 하루키, 'TV 피플'



"맞다, 귀걸이는 왜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걸 하고 다녀? 무슨 매춘부냐고. 아니, 차라리 매춘부가 훨씬 고상해. 그런 걸 하느니 코뚜레를 하겠다. 네 이중턱에 딱이거든. 응, 이중턱 하니까 생각났다. 너희 엄마, 진짜 돼지야. 꿀꿀 돼지."

-138p


만일 내 육체가 경향적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해도 내 정신은 나 자신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나를 위해 우수리 없이 떼어두겠다. 누구에게도 건네주지 않겠다.

-191p


살아있는 자는 누구도 죽음을 모른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어떤 추측이건 그저 추측일 따름이다. 죽음이 휴식이어야 하다니, 그런 건 그럴싸한 논리조차 아니다. 죽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죽음은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203p



이 단편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쿨하고, 하드보일드 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일에까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다.

범상해 보이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이리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생각 속의 생각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도 인간적이어서가 아닐까.

마시멜로를 베어 먹을 때처럼 아주 가볍고 스무스하게, 때론 귀엽게,

무엇보다 간결해서 잘 와닿는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루틴처럼.



전철 좌석에서, 교실 책상에서, 혹은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존다.

의식이 내 몸에서 훌쩍 멀어진다.

세계가 소리도 없이 흔들린다.

나는 여러 가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연필이며 핸드백이며 포크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잠], 147p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도 나의 일상에 스며있고,

나와 똑같이 시간을, 감각을, 공간을, 망각을, 깨어있음을 경험한다.

경향은 다르지만, 누구도 '경험'을 피해 가지 않는다.


비범과 평범의 범위가 모호해진다.

어디에서 어디까지라는 경계를 정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유하듯 움직이는 TV 피플은, 내가 어떻게 보일까?


모를 일이다.


모른다는 건,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음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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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 | Hey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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