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ors | The Crystal Ship
숨을 쉴 때마다 나를 잊어간다. 몸에서 온갖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내가 인형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방은 달콤한 공기로 가득 차고 연기가 폐를 마구 긁는다. 내가 인형이라는 감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놈들 생각대로 움직이면 된다, 나는 최고로 행복한 노예다.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정말 몸이 달달 떨리고 미쳐버릴 만큼 헤로인을 맞고 싶긴 하지만 나와 헤로인만으로는 뭔가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 맞아버리면 더는 아무 생각이 없어지지만. 그래서 그 부족한 것 말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레이코나 엄마같은 건 아냐, 그때의 플루트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148p
헤로인과 점액으로 여자와 하나로 녹아버리는 것하고는 정반대로 통증을 통해 주위 세계와 또렷한 선을 긋고 통증을 통해 내가 빛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빛나는 나이기에 저물어가는 아름다운 오렌지색 빛과 함께 화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176p
이토록 적나라하게 혼돈을, 아니 혼돈의 끝에 다다른 허무를 묘사한 소설이 있을까.
읽는 내내 더럽고 묵직하고 끈적하고 퀴퀴한 감각이 떠나지 않는다.
비위기 약하다거나 심약자라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라면 주의해야 할 소설이다.
내가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읽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나의 지난 방황이 겹쳐져 보이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록 책 속 인물들만큼 파괴적 행동에 이르진 못했을지언정
하루하루 파괴적 상상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으니,
나 역시 허무의 탈출구를 찾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약, 섹스, 벌레, 구역질, 폭력, 부패, 추행.
책 속 인물들은 현실의 질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거침없이 탈선을 일삼지만
그들의 당당함은 실상 위장된 당당함이다.
한순간도,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 만족스럽게 안착하는 법이 없다.
본래 그들이 만든 세계부터가 단단한 기반이랄 게 없었던 까닭이다.
그저 한없이 투명한, 끝이 보이지 않는 텅 빈 심연 속에서 이리저리 떠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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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ors | The Crystal 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