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 | 하루
물론 녹음과정에서 모든 음절을 함께 들여다보며, 어느 것들에 꾸밈음을 써야 할지, 어떤 것들에 바이브라토를 증감시킬지, 또 거기에 어느 정도의 셈여림, 날 숨의 양을 사용할지에 관한 판단을 할 때에는, 담담함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치밀함이 우리에게는 필요했지만. 각설하고, 추억할 수 있는 '치열함'의 기억이 나는 좋다.
-조규찬, '거리에서, 문득'
이제 겨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음악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은데, 벌써 나의 몸은 겨울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자니 어쩔 수 없는 서글픔이 엄습해왔다.
-29p
그것은 깊은 잠에 빠진 나의 얼굴에 누군가가 얼음물을 확 끼얹고서, 마장동의 마장동이라는 사람이 잃어버린 발가락 양말을 당장 내놓으라며 내 멱살을 쥐고 있는 것 같은, 설명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84~85p
예를 들어, 복숭아 거부 반응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은 정말이지, 너무 까다로운 사람이에요. 다들 문제없이 먹는 복숭아를 왜 당신만 못 먹는 거죠?"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142p
음악만큼이나 나를 붙들어두었던 조규찬의 에세이, [거리에서, 문득].
담담하면서도 세심하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읽는 동안은 거의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빵 터지는 포인트가 한 둘이 아니었기에.
음악을 들을 때는 범접할 수 없는, 천상계의 아티스트라는 인상
('오,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그대')이 지배적이었지만
에세이를 읽을 때는 그가 잠시 지상에 내려와
내게 조근조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자꾸만 나를 빵빵 터뜨리니,
나와 같은 인간의 모습(?)을 띤
그를 향한 친근한 애정이 가슴에서 솟구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날이 새도록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픈
바람마저 생기는 것이었다.
(물론 책을 통해 그의 유머러스한 면 말고도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지만, 내게는 아무튼 천상계의 느낌이 강했다 보니
유독 더 유머러스함이 각별하게 다가오고, 또 단순히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였을 수도 있다.)
이제는 그가 10 2st Half 앨범을 내는 것만큼이나
다음 책의 발간이 기다려진다.
꼭 유머러스하지 않더라도(진심).
그는 흡입력 있게 전달할 줄 아는 좋은 스토리텔러니까.
(이소라와 함께 쓴 '이소라-시시콜콜한 이야기' 가사처럼)
그의 음악뿐 아니라 글맛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품어본다.
(아티스트 조규찬 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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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