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과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

by 로제

광고에 미술작품을 '인용'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이다. 즉 미술은 풍요의 상징이며 훌륭한 생활의 테두리에 속하는 것이다. 미술은 세상 사람들이 부(富)와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마련한 장식의 일부이다.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이 책에서 전통적인 누드화를 아무 작품이나 하나 고른 다음, 그림 속 여자를 남자로 바꾸어 보자. 머릿속에서 생각만 해도 좋고 직접 그려 봐도 좋다. 그리고 그런 전환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이미지 자체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에 대한 폭력 말이다.

-77p


투쟁은 꼭 먹고살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물질적 재산을 칭송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에게 주어진 사회적 지위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화가는 장인으로서 그가 존중해야 한다고 배워 온 전통적 회화 기법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갈등하고 싸움에 나서기 마련이다.

-129p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압축한 문장을 꼽으라면

'사실상 광고는 대부분의 미술사가들보다 더 철저하게 유화의 전통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가 아닐까 싶다.


역사가, 장르가, 권위가, 인식이 무너지고 뒤섞인다.

보다 '높은' 영역에 위치하여 우리를 숭고하게 만드는 유화가

그렇게 보여지도록 해석한 대상과 동등한 아우라를 지녔던 미술사가들의 위치가

광고의 카테고리에 들어와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변모된다.


광고는 유화를 통해 어떤 이득을 취해왔는가?

유화의 전통이란 건 대체 무얼 뜻하는 것인가?

우리가 아는 전통이, 전통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다른 방식으로 보고자 시도하는 일을 계속해나간다는 건

의문을 멈추지 않는 일이며

현상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외면당하며

목소리가 묻히기 일쑤다.

자신에게 충격을 가하는 이를 환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눈을 뜨여준 이 책을 통해

최종적으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나는 어떻게 보기를 선택할 것인가.


내가 처한 입장에서 응당 그렇게 봐야만 하는 대로 볼 것인가,

보는 방식을 부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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