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향한 집착으로 잃게 된 존재의 빛

♬Glenn Gould | Goldberg Variations BWV 9

by 로제

베르트하이머는 글렌 굴드이길 원했고 호로비츠이길 원했고, 구스타프 말러나 알반 베르크이길 원했어, 절망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고 또 그래야만 하는데 베르트하이머는 그럴 줄 몰랐던 거야,

-토마스 베른하르트, '몰락하는 자'



음악에 재능이 없어서야! 사는 데 소질이 없어서라구! 그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살 능력조차 없으면서, 살아 있을 능력조차 안 되면서 거만이나 떨면서 음악 공부를 하다니!

-49p


그 사람들은 전부 자연한테 죄를 지었어, 정신한테 대역죄를 범한 거지, 그래서 우리가 형을 언도하고 영원히 책장 안에 가뒀지, 책장 안에서 질식하도록, 사실이 그래, 우리 서가는 위대한 정신들을 수감시킨 일종의 교도소야,

-68p


어쩌면 불행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몰라,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그들의 불행을 빼앗았을 때 비로소 불행해지기 때문이야,

-102p



예술에 대한 강박,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극에 달하면 어떻게 되는가.


피아노의 대가가 되겠다는 두 친구의 포부를 무참히 무너뜨린 건

글렌 굴드, 그리고 <골트베르크 변주곡>이었으니.


충분히 피아노 연주자로서 사회적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글렌 굴드에게서, 글렌 굴드라는 천재를 향한 집착에서,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이 피아노를 통해 완성하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던가,

'글렌 굴드'는 아니었지 않았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다 나락으로 떨어진 생,

있던 재능마저 깡그리 처단해버리는, 예술병에 걸린 두 남자의 광기.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야 하듯 천재를 만나면 천재를 죽여야 했지만

그들은 자신도, 글렌 굴드도 죽이지 못했고,

글렌 굴드에 잠식되어 가고야 말았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언제까지고 놓지 못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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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n Gould | Goldberg Variations BWV 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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