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억세고 푸른 나무 하나 심어져 있는가?

♬Bach | 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by 로제



반가운 손님은 신 끄는 소리를 내지 않듯이, 자취 없이 걸어오기로서니, 얼어붙었던 개천 바닥을 뚫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말랐던 나뭇가지에서 새 움이 뾰족뾰족 돋아나는 것을 볼 때, 뉘라서 새봄이 오지 않았다 하랴.

-심훈, '상록수'



사숙하는 집까지 와서는, 자리도 펼 사이가 없이 곯아떨어진다. 그렇건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냉수에 세수를 하고 나면, 새로운 용기가 솟는다.

-154p


"죽기 전에 글눈이나 떠보게 해주시유."하고 진물진물한 눈으로 칠판을 쳐다보고, "가─ 갸─ 거─ 겨─."하고 따라 읽는 것을 볼 때, 영신은 감격에 가슴이 벅찼다.

-375p


과거를 돌려다보고 슬퍼하지 마라. 그 시절은 결코 돌아오지 아니할지니, 오직 현재를 의지하라. 그리하야 억세게, 사내답게 미래를 맞으라!

-403p



이 기개, 이 정열!

내 속엔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깊게 뿌리내린 상록수가 심어져 있는지,

결국 지나가고 말뿐인 풍파를 심히 두려워하여 나무 하나 심을 생각조차 못 한 건 아니었는지.


세속적 이익을 위해 기술을 익히려 하는 것뿐만이 아닌 사시사철 청청한 기백을 잃지 않고자 노력이라 할 만한 일을 해보았던가?

잠시간의 시류와 인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어 매주는 정신의 힘을 얼마나 신뢰하고, 구하고자 하였던가?

영신과 동혁이 보여준 굳센 동지애와 맑고도 숭고한 사랑과 비교했을 때, 나는 너무 쉽게 사랑이라 여기며 도취되지 않았던가?


아름드리나무와 같은 영신과 동혁이 내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보며 무엇 하나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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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 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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