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지 않은 것으로서 오드라데크는 몰의미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오드라데크는 언제나 아슬아슬하게만 식별된다. 인간의 눈에 오드라데크는 내부가 텅 빈 채로 있다.
-강정아 외 5명, '오드라데크: 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점점 도시는 압축적이고 스펙타클하게 변모한다.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의 발전은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은폐시키기 용이해진다. 개발로 인해 중심과 변두리를 구분함으로써 묵인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23~24p
오드라데크는 앞서 도심 내 공원을 만들 때 그곳을 점유한 피난민 또는 철거민이거나 쓰레기를 매립함으로 생계를 줍는 넝마주이에게서 나타나며, 재개발지역에서 유해하다는 이유로 노점상과 포장마차들이 사라졌을 때 모습을 드러낸다.
-140p
넝마주이는 쓰레기 상품을 생산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쓰레기 상품을 도시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두 번 자본을 패러디한다.
-183p
그 소리의 이름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어있을 것이다. 그 비어있음, 틈새로 인해 소음이 주위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순간에도 삶은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갈 수도 있다.
-225~226p
규정되지 않은 것을 규정해 보고자 시도하는 미스터리한 책.
그 '비어 있음'으로 인해 궁금증은 계속하여 증폭된다.
오랜 기억 속에서 내가 지나쳐 온 오드라데크가 하나둘씩 의미를 입고 출몰한다.
잡초처럼 왕성한 번식력으로 뻗어 나간다.
만져지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소리의 틈 사이에 있는 것, 사고 바깥에 놓인 어떤 것 …
카프카로부터 시작된 오드라데크가 상상을 통해 기이한 존재감을 갖춰 나간다.
그런데 이 책은 왜 '마스터에게'라는 말로 시작되는 것일까?
마스터란 누구일까? 인간이 오드라데크의 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불가해한 비존재로서, 인식 바깥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오드라데크가 마스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이 은폐할 수 없는, 아무리 은폐를 시도하려 해도 은폐할 수 없는 영역은 텅 빈 채로 늘 남아있다.
태어난 적이 없으니 죽지도 않고 계속하여 제 나름의 무한한 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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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l | Stationary Trav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