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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Nov 30. 2023

그 감정을 영원히 묻어 버렸다.

정신분석학자들이 환자들을 치료하듯이 자기 스스로 "아주 오랫동안 깊이 느껴 온 감정을 표현했고, 그것을 표현하면서 설명했으며, 그리하여 그 감정을 영원히 묻어버렸다."라는 것이다.


-'등대로' 中, 버지니아 울프



역자의 해설이 인상 깊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는 책을 끝내면서  부모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쓰기가 치유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투사한 이야기였기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스스로를 짓눌렀을 것인가.


내가 상담을 받을 당시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매 회기마다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글을 쓰는 동안 기억이 재생되고, 감정이 올라왔으며 그것을 보고, 읽고, 말하며 점점 더 또렷이 인식하자 마음 깊숙이 뭉쳐져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곤 했다.


과정에 충실할수록 분출은 빨리 찾아왔지만, 계속해서 충실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거기엔 어떤 집념이 따라야 했다. 감정을 벗겨낼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진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란을 이기며 그 모든 진실을 마주해야 할 집념이 있어야 했다.



버지니아울프가 '등대로'를 저술한 것은

대단한 집념과 배포가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그런 저술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

그녀의 용기가 내게 용기를 준 것이다.


용기가 비단 저술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용기는

삶을 살아내려는 용기이며, 삶을 향한 집념에 다름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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