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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Jul 20. 2024

차별론자들은 쉽게 말한다.

♬Puccini | Crisantemi

차별론자들은 쉽게 말한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으니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존재 자체를 지우는 일이 다른 폭력 못지않은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은 외면하면서.

-전혼잎, '가장 보통의 차별'



나는 스스로, 늘 감수성에 민감한 사람이며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감수성이란 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것이 얼마나 빈약한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상시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래서 차별인지조차 몰랐던 일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존엄, 자유, 평등... 듣기에는 좋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면?


미등록이주민을 굳이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현실, 성소수자의 취업 및 주거권 문제, 반(反) 난민 정서, 돌봄 노동 분야에 대한 저평가 ...

저자는 기자로서 여러 취재 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일상에 아직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혐오 정서가 만연해있는가를 발견한다.


특히 안타까웠던 지점은 누구보다도 국가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의 문제가 언론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소외, 교육으로부터의 소외, 법으로부터의 소외, 언론으로부터의 소외까지..

왜 가지지 못할수록, 취향이 다수로부터 멀어질수록, 몸이 아플수록, '익숙해 보이지 않을수록'.. 소외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도 언제든지 소수에 속할지 모르고, 내 주변 사람 중에서도 내게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소수에 해당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더 많은 존재, 더 많은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

그럴수록 오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은, 아무 진전도 없어 보이는 문제들이 터져 나와 당장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누구도 외면할 수 없을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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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ccini | Crisant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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