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껍데기의 변화와 달리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모순이란 것도 생겨나기 마련이겠지만
그 변화의 속성을 알지 못하거나 모르는 척 하고서 대놓고 자신의 모순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칭 '배운 사람들'이 있다.
물론 세상을 살다보면 그러한 이들을 피할 수 없겠지만, 계속해서 그런 이들을 목도하게 되니 이러한 상황을 일종의 시련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스스로 소박하다면서 굳이 본인은 배운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A,
누굴 가르치기 싫다면서 갑자기 돈 좀 벌어봤다고(?) 본인의 방법을 무조건 따르라던 B,
과시하는 사람이 싫다면서 스스로의 성과를 아무렇지 않게 과시하던 C,
자신은 밑바닥부터 경험한 시민이라고 하나 고급만을 중시하고 대중 문화를 터부시하던 D, E, F..
자신의 지론이 진리인 양 말하는 사람들일수록 그들 스스로 세워 올린 차별의 벽 안에 갇히게 된다.
그들이 아는 진리란, 그들 각자가 만든 진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 벽을 허물어 진짜 자유를 맛보게 해줄 이들은, 바로 벽 바깥에 있는, 그들이 구분짓던 무리 속에 있다는 것을-그들 자신이 곧 구원받아야 할 입장에 있다는 것을-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당당히 모순을 드러내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 것인가.
언제까지고 괴로워할 수만은 없다. 내 정신을 정화해 줄 무리 속의 '그들'을 찾는다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는 건, 나부터가 아직 차별의 벽을 부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게다가, 내가 '그들'을 살면서 전혀 만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내 기억 언저리에는 모순덩어리인 나를 뜨겁게 감싸주었던, 그들과의 추억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도, 세상도 모순인 거 알겠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라고 알려주었던 그들.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감쌀 줄 알았던 그들..
진리란 뭘까.
어디로든 통해야 하는 것.. 어디로든 갈 수 있어야 하는 것.. 누구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떤 모순을 보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것은...
실천만이 오직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게 하는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