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제 Aug 12. 2024

금각과 인간 존재와는 더욱더 명확한 대비를 보여,

♬Vaughan Williams | Fantasia on a Theme


그리하여 금각과 인간 존재와는 더욱더 명확한 대비를 보여, 한편으로는 인간이 멸망하기 쉬운 모습에서 오히려 영생의 환상이 떠오르고, 금각의 불괴(不壊)의 아름다움에서 오히려 멸망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주인공 미조구치는 금각사를 본 이후로 그 건축의 미에 도취되어 언젠가 소유하게 될 날을 염원하는 한편,

금각이 불타 없어지길 바라는 파괴적인 욕구 또한 품고서 그 사이를 방황하다 결국 도제에서 방화범의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소설은 방화 후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이 돌연 결정을 번복하여 '살아야지.'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데, 나는 이 결말에서 짐짓 방화 행위로 인해 그동안의 갈등이 해소되는 듯하나 실상은 여전히 혼돈 속에서 똑같은 일상을 살아나갈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로 귀결되는 게 아닌 미와 추, 생과 멸, 실상과 가상, 인식과 행위와 같이 대립의 상태를 오가는 이 소설이 지난하게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미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듯 유혹적으로 다가와 나까지 대립의 상태에 놓이게 한 까닭은,

작가의 미려하고도 심층적인 문장 묘사에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 또한 작가가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미리 구성한 장치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일게 하였다. 


>>>

♬Vaughan Williams | Fantasia on a Theme by Thomas Tallis


작가의 이전글 모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