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통을 전 세계적인 것으로 다룸으로써 실제보다 과장되게 만들 경우,
사람들은 자신들이 훨씬 더 많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 … 어떤 문제가 이 정도의 규모로 인식되어 버리면, 고작 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당 문제를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타인의 고통'中, 수전 손택
전쟁을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 이미지로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전쟁을 인식할까?
이 물음은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한 논의와도 연결되어 있다.
텔레비전이 등장되기 이전, 바깥 세계의 전쟁을 우리와 연결시킨 첫 매개체로 사진이 기능하던 시대부터 쏟아지는 이미지의 시대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쟁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이 책은 저자에게 있어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이다.
내용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자극할 수 없다. 훨씬 더 반사적으로 내용에 옭아매려면 사람들의 의식을 강렬하게 때릴 뭔가가 필요하다.
대중매체가 내용에서 여과한 뒤 퍼뜨려 놓은 이미지, 그래서 결국 사람들의 감정을 둔하게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는 이미지 때문에 박력을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를 다시 강렬하게 만듦으로써 말이다. -157p
저자는 책을 끝맺으며 처음의 논의를 정리한다.
아무리 전쟁의 이미지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시선을 끌려고 한들 우리는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라고.
그럼에도, 그녀는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제시한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런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154p
'…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 中
전쟁의 덧없음과 같이 명명백백한 인류를 향해 쏘아 올리는 수전 손택의 고발.
찍히는 대상의 관점에서는 자신을 이미지에 가둔 유포자나 셔터의 바깥에 있는(혹은 카메라의 뒤에 서 있는) 방관자는 모두 같다.
저자는 아무도 비껴갈 수 없게끔 전쟁과 각종 참상에 반응하는 사람의 본질을 바탕으로, 연대의 책임 의식을 통렬하게 일깨운다.
우리가 진실로 '우리'라 불려지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이해할 수 없어도 함께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