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욕이 폭발하는 시기를 맞아, 시대를 여행하듯 파리 예술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저자의 글솜씨가 워낙 탁월해서인지 읽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같은 풍경 속을 함께 거닐고,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과연 현재 가시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만이 전부이고 완벽한 실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인식의 영역에서 나를 이끄는 예술가들. 그들의 걸음 따라 내 마음도 이리저리 떠돌고, 어디를 가나 예술이 있으니 화가 나도, 슬퍼도, 웃겨도 살짝 허공에 들려있는 듯한 감상적인 기분만은 계속되었다.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편견에, 압제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께름칙한 조짐들로 불안정한 사회에서 예술을 마지막 보루처럼 여기며 끈질기게 탐미했던 예술가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어쩌면, 눈으로 보고서도 믿고 싶지 않은 세상이었기에 차라리 예술로 눈을 돌리는 게 더 쉬웠던 것일까. 갈망은 믿음을 낳고, 세상은 믿음에 따라 달라져 보이기에.
정말, 산다는 것은 형태가 아닌 무형의 인식으로 사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예술에 대한 모든 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어제 전시회에 다녀온 데 이어 오늘은 최근에 새로 생긴, 내 취향에 맞는 샵에 들를 겸 아이쇼핑에 나섰다. 녹색 옷을 하나 샀다. 갈수록 초록이 좋아지는데, 얼마 전에 본 색채심리학 책에서는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 초록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도 올해 들어 크게 마음의 병이 오면서 녹색에 꽂혀 그린 계열의 옷만 찾게 되었다. 조금씩 다른 듯 닮은 그린 계열의 옷들이 옷장에 널려있다.
쇼핑 후에는 음악 채굴을 시작했다. 한 번씩 음악을 채굴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어진다. 음악도 그렇지만 나는 늘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인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을 하게 된다면. 살아볼 만한 인생이 될 것 같다. 나는, 나의 본성을 안다. 아는 만큼 슬프기도 하다.
가슴속 불꽃으로 무언가를 태우며 살아야 할 내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고 있으니, 이토록 힘든 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나의 영감은 저 깊은 곳에서 아우성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