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l | Pressure Points
사실 저는 수영을 전혀 못 합니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조국이 저를 올림픽에 내보낼 수 있었을까요? 그건 저도 무척 궁금한 부분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우연한 불행_<위대한 수영선수>'
지극히 담담하지만 엉뚱하게 시작되는 첫머리도 그렇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보이게끔 혼란을 주는 서술이나 툭 튀어나오는 섬뜩한 발상까지-
카프카의 단편집 [우연한 불행]을 읽으며 실소가 터져 나올 때도, 싸늘한 기운에 압도될 때도 있었다.
내성적으로 보이는 소년이 가만히 다가와 내게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알쏭달쏭 한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한편으로 히치콕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의 글 속에서도 얼핏 히치콕 영화의 주요 특징인 맥거핀적 요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뭔가 더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기대에 부풀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채 끝나 버리는 일들.
마지막에 남은 건 커다란 의문, 혹은 커다란 공허뿐.
마법 같은 순간도 금방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마는 현실의 삶
무엇이 최후의 진실일 것인가?
깨어나야 한다, 그토록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게 실체가 없을 수도 있다.
의미로 남을만한 게 없을 수도 있다.
이 무거운 소설에서 나는 배운다, 무거운 일처럼 보인다 해서 한없이 무거워질 필요는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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